[베이징 2008] 인간한계 번쩍 장미란 '4가지 비밀'
올림픽 여자 역도 +75㎏급에 출전한 장미란이 세계신기록(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을 들어 올린 것은 여자로서 '가꾸기'를 뒤로 미룬 채 체중을 불리고 체력을 다진 결과다. ◇체중 불리기=장미란은 베이징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더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기 위해 몸무게를 불렸다. 그 결과 113㎏이었던 체중이 118kg으로 불어났다. 체중이 불자 2006년 아시안게임때 합계 313㎏의 기록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326㎏으로 좋아졌다. ◇과학적인 분석=장미란은 2005년까지 해도 바벨을 들 때마다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체육과학연구원의 문영진 박사는 어렸을 때 왼 무릎을 다쳤던 장미란이 역기를 들어올릴 때 오른발을 뒤로 빼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문 박사는 "잘못된 동작을 바꾼다면 10kg은 더 들어 올릴 수 있다"며 밸런스 교정을 권했다. 3년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좌우 근육량은 지난해 말부터 비슷해졌다. ◇치밀한 작전=오승우 감독의 작전도 돋보였다. 1차 목표는 금메달 획득 2차 목표는 세계신기록 작성으로 정한 뒤 전략을 짰다. 인상에서 다른 선수들이 124kg을 드는 사이 장미란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무대에 올랐다. 그러고는 가볍게 140kg을 들어 올리며 첫 번째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용상 1차 시기 도전은 175㎏으로 정했다. 금메달 획득을 위한 최소한의 무게였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2차 시기부터 세계신기록에 도전했다. 종전 세계기록(탕궁훙.182㎏)보다 1㎏ 무거운 183kg에 도전했고 이것도 한 번에 성공시켰다. 3차 시기는 2kg이나 무거운 186㎏으로 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세계신기록을 들어 올렸다. ◇체력 단련=장미란은 이날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세 차례 시기)를 모두 끝낸 뒤 혼자서 잇따라 세 차례나 바벨을 들어야 했다. 바벨의 무게가 가벼운 순서부터 차례로 치르는 경기방식 때문이다. 오 감독과 장미란은 이를 예상하고 지난해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기초체력을 다졌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짧은 시간 내에 무거운 역기를 연속해 세 번 이상 드는 모의 훈련도 병행했다. 그 결과 장미란은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바벨 싫다며 울던 중3 소녀 '역도 여왕' 등극 역도가 싫다며 아빠 손을 뿌리쳤던 중학교 3학년 사춘기 소녀가 10년이 지난 뒤 세계 ‘역도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장미란은 중3 시절이던 1998년 바벨을 처음 잡았다. 아버지 장호철씨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장미란은 역도 선수 출신 아버지와 학교 계주 대표였던 어머니 이현자씨에게서 운동 능력을 물려받은 덕분인지 모든 운동에 능한 편이었다. 장씨는 딸의 손을 잡고 역도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장미란은 “힘만 쓰는 역도는 싫다”며 그 자리에서 체육관을 뛰쳐나갔다. 어머니 이씨 앞에서도 “싫다. 왜 여자더러 역도를 하라고 하느냐”며 서럽게 울기도 했다. 장미란은 결국 바벨을 잡았다. 키 1m70㎝와 중학교 졸업 때 이미 체중 75㎏을 넘었던 다부진 체격은 역도 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다. 2000년 전국여자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이 된 이후 국내서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내놓지 않았다. 재능은 곧바로 국제무대에서도 통했다. 부산 아시안게임 은메달,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2005년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세계 챔피언이 됐다. 2007년 세계선수권까지 3연패에 성공했다. 장미란은 “외모와 체중에 신경을 썼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꾸준히 기록을 늘리고 성적이 나오면서 역도 선수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살찌우는 게 힘들었어요' ‘국민요정은 이제 장미란’ 장미란에 대한 국민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장미란의 역도 경기 시청률도 무려 59.3%나 됐다. 박태환의 수영 경기 때보다 17.2%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장미란은 경기 후 금메달을 따기까지 힘들었던 점과 고충을 털어놨다. 다른 사람들은 살을 빼는 판에 장미란은 “살을 찌우는 게 정말 힘들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살이 빠지더라. 저녁 식사를 하고 밤에는 코치님이 챙겨 주시는 간식을 또 먹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 체중이 빠지면 죄송할 정도였다.” 장미란은 “경기를 앞두고는 다행히 한국 음식과 간식을 대규모로 공수해 온 덕에 체중이 많이 안 빠졌고, 경기 당일엔 116.75㎏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영재 기자